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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사각ㆍ기후대응은 뒷전…우려 커진 '짠내 예산'

이진욱 | 기사입력 2023/11/09 [10:19]

복지사각ㆍ기후대응은 뒷전…우려 커진 '짠내 예산'

이진욱 | 입력 : 2023/11/09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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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내년예산안 지출증가율 2.8% '최저'

 건전재정 기조속 복지·미래 투자 공언에

 시민사회단체 "공공분야 예산 부족" 비판

 

"탈탄소 행보 동력 못싣고 서민고충 외면"

 기후위기·복지·보건·노동 등 전방위 지적

"감축정책 이행위한 예산삭감" 꼬집기도

 

[동아경제신문=이한 기자] 정부의 2024년 예산안을 두고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비판이 제기된다. 저출생 기조에 역행하고 취약노동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등 예산안이 서민의 어려움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반면 정부는 재정 누수요인을 차단해 복지를 강화하고 미래 투자를 늘렸다는 입장이다.

 

▲ 2024년도 예산안을 둘러싸고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비판을 제기했다. 공공분야 예산을 더 늘리고 기후변화 대응과 복지 등 분야에 더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다.


정부는 내년 예산 총지출 규모를 전년보다 2.8% 증가한 656.9조원으로 편성했다. 지출 증가율 2.8%는 재정통계가 정비된 2005년 이후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국가 채무 증가폭을 201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61.8조원으로 축소하는 등 미래세대 부담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내년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는 4253개 세부사업에서 56.5조원을 줄이고 4069개 사업에서 74.6조원을 늘렸다. 기획재정부는 내년 예산에 대해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면서 강도 높은 재정 정상화를 추진해 재정의 체질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재정사업의 타당성과 효과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했다”면서 “확보한 재원은 약자복지 강화, 미래준비 투자, 경제활력 제고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 국가의 본질기능 뒷받침 등 4대 중점분야에 투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예산안에 대해 야권과 시민사회단체 등에서는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공공분야 예산이나 복지예산 등이 줄었고 재정건전성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참여연대와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등은 11월 1일 국회에서 ‘시민이 분석하는 2024 나라예산 토론회’를 열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주영 의원(더불어민주당. 김포시갑)은 토론회 인사말에서 “(정부가) 23조원을 지출구조조정했다며 건전재정을 달성했다고 홍보했지만 23조원의 내용을 알 수가 없다”고 밝혔다. 

 

김주영 의원은 “올해 세수감소가 60조 원에 달하고 그 중 법인세 세수펑크도 25.4조 원에 이르는 반면 근로소득세는 1.2조 원 늘었다”면서 “정부의 재정건전성을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 “탄소 감축 예산·취약노동자 예산 늘려야” 주장도 

 

이상민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실행위원은 예산안에 대해 재정책임성·재정건전성 두 가치 모두 하락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법인세율 등을 인하해도 투자가 증대하고 내수경기가 활성화되어 세수가 줄지 않는다는 추경호 부총리의 예측이 잘못됐다”고 주장하며 감세 조치를 되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민 위원은 “올해 물가 상승률이 3%가 넘는 상황에서 총지출 증가율이 2.8%에 불과하니 실질적 정부지출규모는 감소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기둔화 상황에서 정부 지출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R&D 예산, 지방분권 예산, 교육예산, 보건복지예산 등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토론회에서는 기후변화 대응과 복지, 보건, 노동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지적이 이어졌다. 기후 분야에서는 탈탄소 행보에 동력을 싣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박지혜 플랜1.5 변호사는 정부가 감축정책 이행을 위한 예산을 삭감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예산안을 살펴보면 주요 감축 정책과 관련한 예산은 정부지출 축소 기조 속에서 상당 부분 감액되거나 전액 삭감됐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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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가장 감축이 시급한 전환 부문의 탈탄소화를 위한 전력기금 재생에너지 지원 예산이 42.3% 삭감됐고, 수송부문 탈탄소화를 위한 환경부의 무공해차 보급 사업 예산은 아직 전기차 보급률이 1.5%에 머물러 있는 상황임에도 6.5%가 삭감됐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기후위후 대응을 위한 큰 그림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국가 감축목표와 연계된 구체적인 감축 정책과 이에 수반된 예산 계획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복지 사각지대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기초생활보장제도와 긴급복지지원제도 예산이 타 예산과 비교해 높은 인상안이 제출됐다”고 전제하면서도 “복지제도 예산은 전체 국민의 임금 인상 등 자연증가분이 매년 반영되기 때문에 현행 제도의 사각지대와 급여 충분성을 달성하기에 미약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정 국장은 예산안에 대해 “약자복지를 주창하며 약간의 정책개선과 더불어 복지제도의 선별성과 조건부과, 엄벌주의를 강화하려는 정부 기조가 드러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실제 빈곤 문제를 예방하고 발생한 문제에 즉각 개입 및 해결하기 위한 정책개선을 동반한 예산 편성이 필요하”고 지적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복지급여 수급권자들이 대상화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예산안이 저출생 기조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희흔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는 “저출생 고령화 사회에서 전반적으로 늘어나는 돌봄 서비스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인프라 확충 의지를 찾아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공립 노인요양시설 확충 예산이 줄어든 부분에 대한 비판이다. 그는 “국가 책임 돌봄 인프라 구축 예산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예산안이 취약노동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다며 ‘노동개악 예산안’이라는 비판을 제기했다. 이채은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는 일용근로자와 예술인, 플랫폼 종사자의 고용보험료 지원 예산 삭감과 비정규직 관련 실태조사 예산 전액 삭감 등을 예로 들면서 “사실상 노동개악 예산안”이라고 평가했다. 이 활동가는 “취약노동자에게 적용되는 사업의 예산과 시스템을 증액 및 원상 복귀해 노동시장과 일터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보건의료단체연합 “안전·건강보다 기업 이윤만 앞세웠다” 

 

보건의료 분야 예산이 안전과 건강보다 기업이윤 추구 위주로 책정됐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공공병원에 대한 손실보상금 및 지원금 예산이 줄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비대면 진료, 보건의료 마이데이터, 혁신의료기술 실증 등 예산은 늘었다. 이를 두고 전 국장은 “과잉 진료를 유발하고 의료비를 증가시켜 건강보험 재정낭비를 초래하고 의료기술에 대한 평가 규제 완화로 안전보다 기업이윤을 앞세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서민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경제 상황에 OECD 최저 보장성을 기록하는 건강보험 강화가 절실하다”며 “내년도 보건의료 예산은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예산안”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교통 분야에서도 공공분야 예산이 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중교통 육성이나 지역버스 교통 유지 등에 더 많은 예산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다.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코로나19로 대중교통 이용수요가 감소해 철도와 지하철이 없는 중소도시의 지역교통은 상당한 타격을 입었고, 위기의 지역버스 교통을 유지하고 확대하기 위해서는 대중교통육성과 버스교통 부문에 대한 중앙정부 예산이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8일 2024년 보건복지 분야 예산안에 대한 9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참여연대는 사회서비스원 지자체보조금을 복원하고 국공립어린이집 예산을 확충하며 노인요양시설확충 예산을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와 더불어 자활급여 단가 인상, 건강보험국고지원 확대, 상병수당 시범사업 예산 확대, 돌봄 노동자 처우 예산 확대를 요구했다. 

 

참여연대는 의료영리화 예산을 삭감하고 어린이집 확충과 기능보강사업은 일반회계로 이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예산은 보건복지부 일반예산 사업에서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로 이관됐다.


원본 기사 보기:동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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