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않고 구직 멈춘 청년 작년보다 2만명↑ 2020년 정점후 감소하다 최근 다시 증가세
전체 고용률 상승세속 청년층만 보합세 청년 눈높이 맞는 좋은 일자리 부족 지적
"노동시장 젊은피 유입" 정부 1조 예산투입 직장적응 돕기·재학생 경력설계 등 지원
[동아경제신문=이한 기자] 일을 하지 않으면서 구직활동도 멈춘 청년이 41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보다 2만 명 늘어난 숫자다. 취업률 등 고용 관련 통계는 겉으로 좋아지고 있지만 청년 눈높이에 맞는 ‘괜찮은 일자리’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1조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해 청년층의 노동시장 복귀를 독려할 계획이다.
우리나라 취업자는 늘어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노동시장은 낮은 실업률과 여성 및 고령층 취업자 수 증가세를 보인다. 특히 30대 유자녀 여성의 고용률이 예년보다 증가하고 경력 단절 비율이 감소하는 등 여성을 중심으로 노동 공급 기반이 확대되고 있다. 취업률과 실업률 등 고용 관련 통계도 긍정적인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일을 하지 않으면서 구직활동도 멈춘 청년은 늘어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정책브리핑 등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청년 ‘쉬었음’ 인구는 월평균 41만 4000명을 기록해 전체 청년 인구의 4.9%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평균 39만 명에 비해 2만 명 늘어난 숫자다.
‘쉬었음’은 취업하지 않았으면서 구직활동 역시 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 중에서 큰 병이나 장애가 없이 쉬고 있는 사람을 뜻한다. 이 숫자는 2020년을 정점으로 감소하다 올해 들어 다시 증가하고 있다.
최근 고용률과 실업률은 비교적 양호한 흐름을 보인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고용률은 63.3%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실업률은 2.1%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고용률은 21개월 연속 월 기준 최고치를 이어가고 있다. 취업자수도 전년 동월 대비 34.6만 명 증가했고 최근 3개월 연속 증가폭이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청년층으로 쪼개 보면 다른 흐름도 보인다. 인구요인이 반영된 고용률은 전 연령층에서 상승세를 보였으나 청년층만 보합세를 나타냈다.
이런 가운데 청년 ‘쉬었음’ 인구도 증가세다. 정부에 따르면 ‘쉬었음’ 청년의 75%는 직장 경험이 있고 65%가 구직 의사도 가지고 있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은 1년 미만 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래 쉰 비율도 늘어나고 있다. 장기 쉬었음 비중은 2018년 36%에서 올해 44%로 늘었다. 주된 사유는 원하는 일자를 찾기 어렵거나(33%) 다음 일을 준비 중(24%)이기 때문이다.
쉬는 청년이 늘어나는 이유는 구조적인 요인과 단기 요인이 복합적인 영향을 미쳤다. 수시·경력채용 확대 속에 이른바 ‘괜찮은 일자리’ 기회가 줄고 원하는 일자리에 취업하지 못하면 구직을 연장하거나 쉬는 사례가 늘었다.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면서 이직 과정에서 쉬는 청년도 많아졌다.
이런 가운데 간호 또는 배달 등 코로나 시기에 확대됐던 일자리 일부가 최근 축소되고 공공부문 선호도 저하로 해당 부문 종사자와 공시생 등이 ‘쉬었음’으로 유입되기도 했다. 청년들은 원하는 일자리에 취업하지 못하면 하향 취업보다는 구직연장이나 쉬었음을 선택하는 경향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 원하는 일자리가 없어서 쉰다는 청년들
청년들이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이유에는 몇 가지 경향이 있다. 우선 직장 경험은 없는데 구직 의욕은 있는 경우다. 이들은 졸업 후 충전 등을 위해 쉬는 상태로 구직의지와 취업계획이 있지만 진로에 대한 불안감을 가진 경우가 많다. 이들은 정책적으로 일경험과 진로탐색 등의 지원이 필요한 사례다.
직장 경험이 없고 구직 의욕도 없는 청년도 있다. 여러 번의 취업 실패 등으로 오래 쉰 사례로 그 과정에 구직 의욕이 감소해 도전을 어려워하는 상태에 놓이기도 한다. 이와 관련, 정부 조사에서 소방공무원을 준비하다 부상으로 좌절하고 계속 쉬는 사례, 한동안 취업활동을 했지만 마음에 드는 곳에 입사하지 못한 채 지쳐 지금은 도전의식이 떨어졌다는 사례 등이 공유됐다. 이들을 위해서는 진로탐색과 더불어 사회성과 자존감 회복을 위한 지원이 함께 필요하다.
반대로 직장 경험이 있지만 구직 의욕은 없는 사례도 있다. 적성에 맞지 않는 등의 이유로 퇴직해 더 좋은 직장으로 이직하기를 기대하지만 구직계획 등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다. 이 경우 진로변경 지원과 고립·단절 방지 지원이 필요하다.
실제로 대학교 졸업 후 5년간 일하던 직장에서 이른바 ‘번아웃’을 경험해 그만 두고 지금은 쉬는 중이라는 30대 소비자 이모씨는 “동종 업계에 비슷한 조건으로 재취업하면 똑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 같고 당분간 워라밸은 꿈도 못 꿀 것 같아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커리어가 단절되는 것이 두렵고 돈을 버는 일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사느냐 역시 중요한 문제여서 두가지 문제를 함께 해결할 방법을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직장 경험과 구직 의욕 모두 있는 사례도 있다. 경력개발 등을 위해 퇴직하고 재취업 계획이 있으나 시간을 두고 준비하는 상태다. 이직이 보편화된 세대적 특성이 반영된 사례다. 이 경우 정책 개입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이 밖에도 개인의 부정적 경험이나 질병 또는 가족돌봄 등으로 사회참여 의욕이 낮거나 일자리 진입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있다. 이들은 개별 특성을 고려해 노동시장 진입 장애 요인을 정책적으로 해소해야 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청년들이 쉬는 가장 큰 이유는 원하는 일자리가 없어서다.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서 쉰다고 답한 비율은 32.5%였다. 이는 지난해(27.8%)보다 늘어난 숫자다. 청년층이 아닌 모든 연령대에서는 원하는 일자리가 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19.0%로 줄어든다.
현재 국내에는 직장 경험과 구직 의욕 모두 있는 청년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올해 7~10월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을 통해 ‘쉬었음’ 청년 실태 조사를 벌인 결과 이들의 57%는 직장 경험이 있고 구직 의욕도 높은 유형으로 나타났다. 직장 경험이 있지만 구직 의욕은 낮은 경우(21%)가 그 뒤를 이었고 직장 경험과 구직 의욕 모두 없는 사례는 14%, 직장 경험이 없고 구직 의욕은 높은 사례는 8%로 나타났다.
◇ 청년 노동시장 복귀 위해 1조원 가까이 투입
오래 쉬는 청년이 늘어나면 개인의 고용가능성이나 일자리의 질적 저하가 우려될 뿐만 아니라 청년 비노동력화로 인한 잠재성장률 저하 우려도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청년들을 다시 노동 시장으로 들어오게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관계부처 등에서도 최근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기재부는 “여전히 원하는 일자리를 찾는데 애로가 있거나 노동시장 밖에 머무는 청년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제하면서 “쉬었음 청년들은 다양한 특성을 가진 이질적 집단이며 이들 모두를 부정적으로 보기는 어렵고 유형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쉬었음’ 청년의 노동시장 유입을 위해 내년에 약 1조 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해 노동시장 복귀를 지원하기로 했다. 취업초기 청년 적응을 돕는 프로그램(온보딩)을 신설하고 사회적으로 고립된 청년에게 특화된 일자리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11월 15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이 담긴 ‘청년층 노동시장 유입 촉진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대학 저학년부터 체계화된 경력설계와 훈련·일경험 등을 제공하는 재학생 맞춤형 고용서비스를 확대한다. 민관협업을 통해 기업탐방·프로젝트·인턴 등 일 경험 기회도 늘리기로 했다.
중앙부처와 공공기관은 청년인턴 규모를 늘리고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 청년인턴 운영 내실화를 위한 제도적 지원에 나선다. 6개월 이상 인턴채용 실적을 경영평가에 반영하고 인턴책임관을 지정하는 등의 조치도 시행할 계획이다.
고용노동부는 내년 44억원을 투입해 취업 초기 청년의 직장 적응을 돕는 ‘온보딩 프로그램’을 만든다. 신입 사원이 회사에 적응하는 데 필요한 업무 지식·기술·문화 등을 교육시키는 내용이다. 유연근무 도입을 원하는 중소·중견기업에 컨설팅을 제공하는 등 청년이 선호하는 일·생활균형 직장문화 확산에도 나서기로 했다. 원본 기사 보기:동아경제 <저작권자 ⓒ 매경파이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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