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전자 공급업체 온실가스배출 늘어 삼성전자, 반도체 제조사중 최저등급 그린피스 "재생E 전환일정 늦다" 지적
'애플·MS 공급사' 입신정밀·인텔 C+ 대만반도체 TSMC도 C로 비교적 높아 재생에너지 확대효과 큰 조달방식 활용
[동아경제신문=이한 기자]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 주요 전자제품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 실적이 기대 이하라는 주장이 나왔다. 환경단체는 삼성전자의 기후 대응 성과가 D+수준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면서 정부와 기업이 온실가스 저감 대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린피스가 최근 동아시아 전자제품 공급업체의 기후위기 대응 성과를 분석했다. 전 세계 주요 브랜드에 납품하는 기업들이 대상이었다. 그 결과 삼성전자를 포함한 5곳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2020년 대비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린피스는 삼성전자에 대해 “작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반도체 제조 분야에서 최하위 성적인 D+에 머물러 기후 대응 노력이 매우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 테크기업 기후대응 상황 평가해보니...
그린피스가 지난 11월 ‘2023 공급망의 변화’ 보고서를 공개했다. 2022년에 이어 동아시아 주요 전자제품 공급업체의 기후위기 대응 성과를 분석하고 평가한 자료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최종 조립 부문 주요 11곳 공급업체의 전년 대비 기후대응 진전 사항을 평가했다. 평가 기준은 기후위기 대응 목표 수립,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 증감 및 조달 방식,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 및 온실가스 배출량, 정책 옹호 활동 등의 항목이다.
그린피스는 해당 기업들의 탈탄소 행보가 여전히 느리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보고서 분석 결과 전자 제조업체의 탈탄소화 전환 의지는 여전히 매우 미흡한 수준으로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평가 대상 11개 업체 가운데 8곳은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겠다고 약속했지만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한 업체는 한 곳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에 따르면, 파리협정의 1.5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모든 부문에서 최소한 2030년까지 현재 수준 보다 탄소 배출량을 절반 이상으로 줄여야 한다. 하지만 2022년 삼성전자, 인텔, TSMC, 폭스콘, 입신정밀 등 5개사는 2020년 대비 오히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했다.
나아진 부분도 있다. 평가 대상 11개 업체의 재생에너지 전력 조달 비율 중간값은 20%로, 전년도의 10%에 비해 두 배 늘었다. 정책 옹호 활동에서도 진전을 보였다. TSMC는 대만 정부와 해상풍력 발전 용량 확대, 태양광 인프라 확충 등을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입신정밀은 중국 전력 거래 기관과 협력해 녹색 전력 거래 시스템 및 녹색 전력 인증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하지만 그린피스는 “그러나 여전히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s) 구매처럼 재생에너지 전환에 효과가 작은 조달 방식에 대부분 의존하는 한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 “삼성전자 재생에너지 전력 비율 11%”
기업별로 살펴보면, 입신정밀과 인텔이 C+로 가장 높은 성적을 받았다. 애플 및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요 공급업체인 입신정밀은 2022년 PPA와 같이 재생에너지 확대에 효과가 큰 조달 방식을 70%나 활용했다.
입신정밀은 2025년까지 사용 전력의 50%를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조달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반도체 제조기업 인텔은 주요 전자 공급업체 가운데 203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전력을 조달하겠다고 약속한 유일한 기업이다. 인텔의 2022년 재생에너지 전력 비율은 93%에 달했다.
그 다음으로 높은 성적인 C를 받은 곳은 대만의 반도체 제조업체 TSMC다. TSMC는 2030년까지 전력의 6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기존보다 10년을 당겨 2040년에 재생에너지 10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최근 발표했다. 또한, 2022년도에는 전체 재생에너지 전력 소비 중 재생에너지 확대에 효과가 큰 조달 방식을 44.1% 적용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주요 반도체 제조사 및 한국 기업 가운데 가장 낮은 등급인 D+를 2년째 기록했다. 그린피스는 “삼성전자는 2021년 대비 2022년 재생에너지 전력 비율이 11% 포인트 늘긴 했지만, 전력 사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한국 내 재생에너지 100% 전환 일정이 2050년으로 매우 늦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재생에너지 전력 조달 방식 역시 효과가 작은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s) 구매나 녹색프리미엄 제도에 99% 가까이 의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2030년 배출량 감축 목표가 없을 뿐만 아니라, 202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은 늘어 낮은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 그린피스 “정부와 기업, 온실가스 저감 대책 고민해야”
조사 대상 한국 기업 가운데 SK하이닉스는 C를,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는 C-를 기록해 지난해 대비 모두 한 두 단계 이상 상승한 성적을 받았다. SK하이닉스는 2022년 재생에너지 전력 비율이 전년에 비해 25.6% 포인트 상승하여 가장 큰 증가세를 보였다.
LG디스플레이는 온실가스를 2030년까지 53% 감축할 것을 약속했으며, 2022년 배출량을 2020년 대비 15.6% 감축하는 성과를 보였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배출량을 24.7% 감축했으며, 재생에너지 전력 비율이 16% 포인트 증가하여 SK하이닉스 다음으로 높은 진전을 보였다.
양연호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비록 현재 삼성전자의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량은 TSMC보다 많지만, 상황이 역전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지적했다. 양 캠페이너는 “TSMC는 재생에너지 사용 목표를 2030년까지 60%로 늘리고 RE100 달성도 2040년으로 10년 앞당기겠다고 선언했지만, 삼성전자는 여전히 중간 로드맵도 없이 2050년 RE100 목표에 머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후 대응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기후공시가 코앞에 다가온 만큼, 삼성전자가 진전된 리더십을 보이지 않는다면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는 상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기후 대응에 있어 목표 수립과 실제 행동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바로 재생에너지 정책 옹호 활동”이라고 전제하면서 “안타깝게도 삼성은 가시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다”라고 주장했다.
양 캠페이너는 “특히 용인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 공급을 이유로 산업부와 한전은 기후위기 시대에 온실가스를 추가적으로 배출하는 LNG 발전소 6기를 건설하려는 계획을 내놨다. 기후위기 대응을 하겠다며 RE100에 가입한 삼성전자는 적극적인 우려를 표명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대안을 정부와 함께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린피스는 2017년부터 삼성전자 등 주요 테크 회사들을 상대로 재생에너지 전환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이번 보고서는 2022년에 전 세계 10개 전자 브랜드와 그 공급업체를 분석한 ‘온실가스 배출의 외주화’ 보고서의 후속편이다. 이후 2023년 4월에는 동아시아 주요 전자 제품 공급업체의 2030년 전력 소비 및 온실가스 배출을 예측한 '보이지 않는 배출'을 발표한 바 있다. 원본 기사 보기:동아경제 <저작권자 ⓒ 매경파이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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